
책소개
나는 밤이며 심연의 어둠이다. 누명을 쓰고 죽어간 영예로운 남자의 아들이자 시린 눈보라, 그리고 죽음이 건네는 검은 손길을 받아들이기로 한 칠흑의 기사. 오래도록 건네는 검은 손길을 받아들이기로 한 칠흑의 기사.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내면의 괴물을 일깨울 시간이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펼쳐질 불꽃의 전장에서 시대의 가슴에 검을 꽂으리. 그리하여 역사의 이면에 얼굴 없는 기록으로 남을 한 편의 신화가 되리라. 임유아의 판타지 장편 소설 『나이트 인 블랙』.
저자소개 - 임유아
명명할 수 없음의 미학, 물음의 서사 주인공 리드는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누명을 쓰고 죽어 간, 자신의 우상이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기사의 피를 믿었다. 기사는, 그리고 기사도는 무엇보다 숭고한 가치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기사가 되어 대를 이어 핏줄을 속박하는 그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기사도에 대한 그의 절대적인 믿음을 부정하는 건 다름 아닌 시대였다. 신인 임유아의 첫 장편 소설 [나이트 인 블랙]이 다른 소설과 구분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주인공의 행보에만 초점을 맞춰 그의 성장과 빛나는 성공을 약속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는 기존의 판타지와는 달리, 임유아의 이번 작품은 독자에게 확정적인 어떤 것도 건네지 않는다. 적이 눈앞에 보이는 족족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데 작가의 온 역량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상, 핏줄의 굴레 등 인간을 인간으로 정의하게끔 하는 여러 가치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주인공과 다를 바 없이 독자도 혼란스러우리라. 하지만 그 혼란을 두려워하진 말자. 정해진 답이 없는 만큼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므로. 변혁의 길목에 들어선 여느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구시대의 가치와 신시대의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리드. 임유아는 이런 갈등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힘겨운, 그러나 즐거운 사유의 장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것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하여 가슴을 울리고야 마는 슬픔을, 먹먹함을 소설 속에 구현해내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작가 임유아의 이름 석 자 앞에 신인이라는, 불필요한 수식어는 빼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명명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질문 그 자체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의 판타지, 작가 임유아의 장편 소설 [나이트 인 블랙]. 단순한 카타르시스에 몸을 내맡길지, 아니면 질문의 답을 구하는 행복한 여정에 동참할지.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